멍게라고 하면 대부분 봄에 먹는 해산물 정도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바닷가 횟집에서 노란 살과 강한 바다 향을 가진 멍게 한 점을 먹으면 “역시 봄멍게가 제철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들여다보면 멍게는 한 가지 종류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붉은 멍게, 껍질이 단단한 돌멍게, 향이 부드러운 비단멍게 등 종류가 나뉘고, 각자 제철도 조금씩 다르다.
멍게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어떤 멍게를 언제 먹어야 하는지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아는 ‘멍게’는 대부분 참멍게이다
시장이나 횟집 수조 안에서 자주 보이는 붉은색 주머니 모양의 멍게가 참멍게, 우렁쉥이이다. 표면에 뿔처럼 울퉁불퉁한 돌기가 나 있고 껍질을 칼로 열면 주황빛 살과 강한 바다 향이 올라온다.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멍게 특유의 향, 바다 내음, 단맛과 쌉싸름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멍게가 바로 이 참멍게이다.
참멍게 제철은 일반적으로 봄에서 초여름까지로 본다. 대략 3월에서 6월 사이, 해수 온도가 아직 차갑고 서서히 올라가는 시기에 향과 단맛의 균형이 가장 좋다.
수온이 너무 낮을 때는 살이 단단하지만 단맛이 덜하고, 수온이 너무 올라가면 향이 거칠어지거나 질감이 무르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봄철에 먹는 참멍게가 향이 선명하면서도 살의 탄력이 살아 있는 경우가 많다.
돌멍게는 식감으로 즐기는 겨울 멍게이다
돌멍게는 이름처럼 껍질이 매우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멍게이다. 겉모양만 보면 바위에 붙어 있는 돌덩이처럼 보일 정도이다. 내부의 살은 참멍게보다 향이 약한 편이지만, 씹을 때 톡 하고 터지는 식감이 특징이다.
멍게 특유의 강한 향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돌멍게 쪽이 오히려 먹기 편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다.

돌멍게는 차가운 바다에서 맛이 올라오는 타입으로, 제철은 대체로 겨울에서 이른 봄까지로 본다. 해수 온도가 낮을수록 살이 단단하게 조여지고 수분이 지나치게 늘어나지 않아 특유의 탱글한 식감이 살아난다.
향보다는 식감에 초점을 둔 멍게라서, 차가운 계절에 소량만 곁들여 먹으면 술안주로도 잘 어울린다.
비단멍게는 향이 부드러운 여름 멍게이다
비단멍게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질감과 풍미가 부드러운 편에 속한다. 예전에는 흔하게 접하기 어려운 편이었지만, 양식과 유통이 안정되면서 최근에는 점차 자주 보이는 편이다.
참멍게에 비해 향이 약하고 비린 느낌이 적기 때문에 멍게 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비교적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

비단멍게는 수온이 올라가는 시기에 맛이 올라오는 편이다. 초여름에서 여름 사이에 살이 부드러워지고 단맛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향이 과하게 치고 나오는 대신 산뜻하고 달큰한 느낌이 남기 때문에, 강한 바다 향보다는 은은한 멍게 맛을 선호한다면 비단멍게가 더 잘 맞을 수 있다.
멍게 제철을 정리해보면

멍게는 한 가지 종류가 아니기 때문에 제철도 한 줄로 정리할 수 없다. 참멍게는 봄에서 초여름, 돌멍게는 겨울에서 이른 봄, 비단멍게는 초여름에서 여름 쪽으로 맛이 올라오는 시기가 다르게 분포한다.
우리가 평소에 멍게라고 부르며 먹는 것은 대부분 참멍게이므로, 봄철 차가운 바람이 남아 있을 때 향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식감을 즐기고 싶다면 겨울철 돌멍게가, 보다 부드럽고 은은한 맛을 원한다면 여름철 비단멍게가 더 잘 맞는다.
결국 멍게는 “언제가 제철이다”라고 단순하게 말하기 어렵다. 어떤 멍게를 어떤 향과 식감으로 즐기고 싶은지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봄 멍게의 강한 향, 겨울 돌멍게의 단단한 식감, 여름 비단멍게의 부드러운 단맛은 모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멍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계절마다 종류를 나누어 맛을 보면, 같은 멍게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는 사실을 금방 느낄 수 있을 것이다.